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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행물1] 「구포와 밀의 만남, 구포국수」 |
[파이낸셜경제=박영진 기자] 부산근현대역사관은 2025년 한 해 동안 추진한 수집·연구·기록화 사업의 성과를 묶은 세 권의 간행물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간행물들은 지역의 생활문화, 한국전쟁기의 개인 기록, 1980~1990년대 부산 풍경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담아내며, 부산의 삶을 구성하는 다양한 면모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학술연구총서 '구포와 밀의 만남, 구포국수' ▲기록화 보고서 '한국전쟁 참전용사 이원호 일기', 아카이브 사진 자료집 '이춘근 작가 아카이브 사진 자료집'이 그 결과물이다.
세 간행물은 구술·기록·사진이라는 서로 다른 형식이지만, 모두 시민의 경험을 중심에 두고 부산의 역사를 새롭게 읽을 수 있는 관점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향후 연구·교육·전시로 확장될 기록자료의 기반을 마련했다.
[간행물1] '구포와 밀의 만남, 구포국수'는 부산의 대표 향토음식인 구포국수를 통해 지역의 생활문화·산업·공동체의 기억을 살펴본 학술연구총서이다.
이 총서는 2024년 4월 전문가 자문회의를 통해 주제와 기획 방향을 확정한 뒤 추진됐다.
이후 1년 동안 문헌·사진자료 조사, 구포시장·국수 생산지 현장 답사, 주민 구술 채록, 사진 촬영을 진행하여 구포국수의 형성과 변천을 다층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연구총서는 구포의 지리·교통 환경과 시장의 형성 과정을 분석하여 구포국수가 자리 잡은 지역적 기반을 규명했다.
문학·신문 속 국수의 이미지와 음식문화 변화도 함께 검토하여, 국수가 지역 정체성과 감수성을 반영하는 문화 요소임을 밝혔다.
면발·육수 조리법과 제조 기술의 변화, 국수 산업이 지역 경제에서 수행한 역할 등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학술연구총서는 연구해설, 구술 기록, 사진 자료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연구해설은 구포의 공간적 맥락, 시장 구조, 음식문화의 변천을 종합적으로 정리했다.
구술 기록은 주민들의 노동·기술·가족사·시장 변화 등을 통해 생활문화의 실제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 자료에는 문헌자료, 국수 생산 장면, 구포시장 풍경 등을 수록하여 글자(텍스트)와 현장의 이미지를 함께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특히, 국수 공장 운영자, 노동자, 상인, 토박이 등 9명의 구술생애사를 수록하여, 구포국수가 지역 공동체의 삶 속에서 어떻게 생산되고 소비됐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 점이 이번 학술연구총서의 특징이다.
'구포와 밀의 만남, 구포국수'는 음식 연구를 넘어 지역 생활문화·산업·공동체의 역사적 흐름을 통합적으로 복원한 기록물로, 부산 생활사와 지역 음식문화 연구의 지평을 넓히는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된다.
[간행물2] '한국전쟁 참전용사 이원호 일기'는 한국전쟁기 한 청년이 남긴 육필 기록을 바탕으로 전쟁 속 일상을 복원한 기록화 보고서이다.
관련 자료는 2024년 손자 이동혁 씨가 일기장 11권과 수양록, 제대 편지 모음, 군가집, 사진첩을 기증하면서 역사관에 입수됐다.
일기의 주인공인 고(故) 이원호(1928~2024) 선생은 북한의 징병을 피해 월남하여 국군에 입대했다.
그는 1952년부터 1956년까지의 군 복무 일상을 거의 매일 육필로 남겼으며, 전투 상황뿐 아니라 청년들의 사고방식·언어·도시 풍경·생활 습관까지 세밀하게 드러나 있다.
장기간 연속 기록된 군인의 일상이라는 점에서 희소성이 높고, 전쟁기 사회문화사를 연구할 수 있는 귀중한 1차 자료로 평가된다.
보고서는 원문 보존을 원칙으로 하되 연구 활용을 위해 해설을 추가했다.
▲제1장에서는 기록화 사업 개요와 일기의 사료적 의미를 설명했다.
▲제2장에서는 수천여 면에 달하는 육필 일기를 일일이 해독·판독한 내용을 바탕으로 군 복무 시기 일기 5권을 권별로 수록했다.
▲제3장에서는 일기 원문 이미지를 수록해 필체와 기록 방식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부록에는 기증자료 16점의 기본 정보와 유가족 구술 기록을 정리하여 연구 활용도를 높였다.
이원호 일기는 한국전쟁을 사건이 아닌 ‘삶의 흐름’으로 바라보게 하는 기록으로, 한국 현대사의 공백을 메우며 향후 연구·교육에서 폭넓게 활용될 전망이다.
[간행물3] '이춘근 작가 아카이브 사진 자료집'은 1980~1990년대 부산의 일상과 도시 풍경을 기록한 자료집이다.
교사이자 사진작가였던 이춘근(1939~ ) 작가는 부산과 낙동강 일대를 꾸준히 기록한 현장형 사진가로, 이번 자료집은 작가가 수십 년간 촬영한 필름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그는 자신의 사진이 후대 연구자와 시민에게 사라진 부산의 모습을 전하는 기록으로 활용되기를 바라며 필름을 역사관에 기증했으며, 특히 사라지거나 변모한 공간의 표정을 생생히 담아낸 점에서 자료적 가치가 높다.
본 자료집은 이춘근 작가가 2024년 역사관에 기증한 필름 12,000여 점을 정리·분석한 결과물이다.
그중 자료집에는 부산의 생활문화와 도시 변화 흐름을 잘 보여주는 사진 246점을 엄선해 자료집에 수록했다.
본문은 촬영 지역과 생활 유형을 기준으로 4개 부로 구성했다.
▲1부는 '부산의 기수역과 생업문화'를 주제로 낙동강 하구의 자연환경과 그 안에서 이루어진 생업의 장면을 담았다.
▲2부는 '낙동강변 마을 풍경과 낙동강 사람들'을 주제로 구포·덕천·만덕 등 강변 마을의 생활문화와 사람들의 일상을 기록했다.
▲3부는 '기억에서 사라졌지만, 기록으로 남은 원도심'을 주제로 원도심의 상업·생활 공간과 1980년대와 90년대 부산 풍경을 복원했다.
▲4부는 '산지에서 바다까지, 동부산의 다양한 풍경'을 주제로 동부산의 산지·해안지대 풍경과 도시 확장기의 공간 변화를 보여준다.
각 사진에는 촬영 시기·장소·장면의 특징을 해설로 덧붙여 자료 활용도를 높였으며, 본문 뒤에는 논고 2편을 수록하여, 이춘근 작가의 사진을 부산의 현대사 맥락 속에서 해석할 수 있게 했다.
특히, 이번 자료집은 특정 사건 중심 기록이 아닌 '일상의 시간'을 담아낸 점에서 지역사적 가치가 크다.
한 개인의 꾸준한 관찰이 지역사회의 기억을 이루는 기록 보관소(아카이브)로 확장된 사례로, 1980~1990년대 부산의 생활문화와 도시 변화 과정을 실증적으로 복원하는 데 중요한 자료이다.
시민의 삶, 도시의 흐름, 공간의 감수성을 한눈에 보여주는 시각 기록으로서 연구·교육·전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다.
이번 발간은 부산 기록문화의 범위를 넓히고, 생활문화 연구의 기반을 더욱 탄탄하게 하는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된다.
김기용 부산근현대역사관장은 “세 권의 간행물은 서로 다른 형식을 지녔지만 모두 '부산 시민의 일상'이라는 한 축으로 이어져 있다”라며, “앞으로도 역사관은 다양한 기록을 발굴하고 연구하여 부산이 걸어온 시간과 시민의 기억을 더욱 풍부하게 축적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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